제주시 서남쪽 해안리경, 제2횡단도로가에 「아흔 아홉 골」이라는 산이 있다.
크고 작은 골짜기가 마치 밭고랑처럼 뻗어 내린 기봉이다. 그 골짜기가 하도 많으니, 아흔 아홉 개가 있다 하여 이름을 「아흔 아홉 골」이라 한다.
이 골짜기가 하나만 더 있어 백 골이 됐다면 제주에도 호랑이나 사자 같은 맹수가 날 것인데, 한 골이 모자라 아흔 아홉 골밖에 안 되므로 호랑이나 사자가 안 난다고 한다.
일설에는 이 골짜기엔 본래 백 골이 있었는데, 그 때에는 많은 맹수들이 나와 날뛰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때엔가 중국에서 스님이 한 사람 건너와서 백성들을 모아 놓고 너희들을 괴롭히는 맹수들을 없애 줄 터이니 「대국 동물대왕 입도」하고 큰소리로 외치라 했다.
호랑이니 사자 따위 무서운 짐승을 없애 준다고 하니 백성들은 좋아해서 큰소리로 외쳤다. 그랬더니 기이하게도 모든 맹수들이 이 백 골에 모여들었다.
스님은 불경을 한참 외고 나서 「너희들은 모두 살기 좋은 곳으로 가라. 이제 너희들이 나온 골짜기는 없어지리니 만일 너희들이 또 오면 너희 종족이 멸하리라.」
맹수들을 향해 소리치니 호랑이, 사자, 곰 할 것 없이 다 한 골짜기로 사라졌다.
그 순간 그 골짜기도 없어져 버렸다.
그 후부터 제주에는 맹수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은 호랑이 같은 맹수가 아니 나게 되자, 제주에는 왕도, 큰 인물도 아니 나오게 되어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