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제주시 도두동 다호부락에 한 부부가 살고 있었다.
부부는 자식이 없어 걱정을 하다가 어느 해 아들을 낳았다. 아들은 잘 자라서 열 일곱 살이 되었다.
어느 날 부모는 성 안까지 심부름을 시킬 일이 있어 아들을 보내었다. 꽤 시간이 걸리려니 하고 있었는데 아들은 금방 돌아왔다. 확인을 해 보니 성 안까지 다녀 온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빨리 다녀 올 수가 있을까, 날아서나 갔다 왔다면 몰라도) 부모의 의심은 풀리지 않았다.
하루는 비가 줄줄 내리는 날이었다.
부모는 다시 아들을 성 안까지 심부름을 보냈다.
어떻게 다녀 오는가를 살펴보려 해서였다. 이날도 아들은 금방 눈치 안채게 곧신을 점검해 보았다. 비가 오는 날이니 짚신 창에 흙이 더덕더덕 붙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짚신 창에는 흙이 한 점도 붙어 있지 않은 것이다. 날아서 갔다 온 것이 분명하다. 부모는 걱정이 태산 같았다.
부모는 아들을 꾀어 술을 먹였다.
멋도 모르고 술을 먹은 아들은 취해 쓰러졌다. 아들이 막 정신이 몽롱한 틈을 타서 부모는 아들의 겨드랑이를 들추어 보았다.
과연 큰 새 날개만 한 날개가 달려 있었다.
부모는 겁이 덜컥 났다.
만일 관아에서 알게 되면 역적이 났다하여 삼족이 멸할 게 분명하다.
부모는 집안을 위하여 날개를 끊기로 결심했다.
칼을 갈아 왔다. 딱 날개를 잘랐다.
그 순간이었다.
번개가 치고 우레가 울리고 천지가 진동하는 듯하더니 벼락이 딱 떨어졌다. 그 집은 간 데 온 데 없고 그 자리엔 못이 하나 패어졌다. 그래서 이 못을 「베락구릉」이라 부르게 되었다.(구릉은 음료수로 쓰는 못을 일컫는 방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