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일이다.
한라산은 영산이라 신선이 와서 놀았다.
신선들은 하얀 사슴을 타고 한라산 이곳저곳 절경을 구경하고는 정상에 있는 못에 이르러서 사슴에게 물을 먹였다.
그래서 백록담이라고 불려졌다.
옛부터 백록담은 아무나 오르내릴 수 없었다. 길이 험하기도 하지만, 그곳은 신선만이 노는 곳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옛날 교래리에 사는 어떤 포수가 백록을 쏜 일이 있었다.
그는 오래 동안 한라산에서 사냥을 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잡고 싶은 짐승이 보이기만 하면 백발백중으로 잡곤 했다.
어느날 사냥을 하러 한라산을 누비고 있는데, 바로 옆 숲에서 사슴이 내달았다.
포수는 무의식적으로 활을 쏘았다.
그리고 쓰러진 사슴의 배를 칼로 찔렀다.
그런데 다음 순간 그 사슴을 다시 보니 하얀 사슴이었다. 포수는 그제서야 정신이 되돌아왔다.
“몰라봤습니다. 이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땅에 엎드려 사죄를 했다.
백록은 신령스런 짐승으로 사냥할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포수는 사죄를 해서 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한라산을 신령스러운 산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백록도 신령스러운 짐승으로 생각했다.